2023년 8월 초 파로호 무인도 캠핑
1. 다시 찾아온 파로호
무더운 여름 가기 전에 배 한번 타야지싶다가
드디어 날 잡고 아내와 함께 파로호로 향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팅과 캠핑이라
허둥지둥 우왕좌왕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160km 넘는 꽤 장거리 운전 후 드디어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오랫동안 차에 올려둔 보트를 내려보니 역시나
먼지가 많이 쌓여서 너무 더럽습니다.
가져온 분무기 물로 대충 씻고 짐을 싣습니다.
예전에 많이 했었던 바퀴를 묶고 노를 고정하는 일이
왠지 처음하는 듯 어색합니다.
오랜만에 하면 다 어색해지나 봅니다.
드디어 보팅 준비를 끝내고
보트에 탑승했습니다.
왠지 첫 보팅때처럼 어색한 웃음이 납니다.
차막힘 때문에 생각보다 늦게 도착해서인지
노을이 지려고 합니다.
하지만 날씨는 너무나 좋고 물도 잔잔합니다.
오랜만에 보팅이라 살짝 긴장해보이던 아내 얼굴도
카메라 보며 웃을만큼 여유가 생겼습니다.
날짜는 기가막히게 잡은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다시온 다람쥐섬에서
배를 정박하고나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서둘러 텐트를 치고나니 완전히 캄캄해졌습니다.
아무것도 안보이니 먹고 마시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어서 가져온 고기를 구우려합니다.
2. 체크리스트를 확인하자
아뿔사
뚱뚱이 이소가스용 초미니 스토브를 갖고 왔는데
길쭉이 부탄가스를 가져왔습니다.
천만 다행인 것은 연결 어뎁터를 갖고 와서
불안하게 길쭉이 부탄가스에 불을 붙여서
프라이팬을 붙잡고 고기를 구웠습니다.
아내에게 상황이 민망하니 웃음으로 떼웁니다.
캠핑도 오랜만에 하니 빠트리는 물건이
하나둘 나오기 마련인듯 합니다.
체크리스트를 확인하면서
캠핑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여곡절 끝에 구운 고기에 술한잔 합니다.
먹는 동안 멀찌감치 둔 조명앞에서
날벌래 때들이 댄스 타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파로호의 밤이 깊어가고
우리 부부는 텐트에 들어가 잠에 듭니다.
다음날 아침 와이프보다 일찍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파로호 물은 잔잔하고
밤새 정박해둔 우리 배도 잘 있습니다.
어제 못한 수영을 하러 들어갑니다.
물이 차갑지 않고 미지근 따뜻합니다.
구청 수영장 물 온도보다 더 따뜻한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수영장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수영하는 동안 거대한 유람선이 지나갑니다.
유람선이 만들어준 출렁이는 파도가 너무 재밌습니다.
한참 수영하고 돌아와 와이프와 함께 간단히
라면에 아침을 먹고 낮잠을 자려합니다.
자는 동안 혹시나 걸릴까 하는 마음에
통발을 설치해보기로 합니다.
통발을 묶어둘 곳이 마땅치 않아
보트 모터에 묶어두었습니다.
3. 배가 떠내려가다
태양빛을 피해서 그늘진 숲속에 피신해 잠들었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묶어둔 배가 안보입니다.

가슴이 철렁하고
어디로갔지? 왜 떠내려갔지?
당황해하다가
일단 다람쥐섬 가장 높은 곳으로 뛰어 올라가봅니다.
물 흐르는 방향쪽으로 멀리 둘러보는데
멀리 떨어진 곳에 작은 점 하나가 보입니다.
배인지 무엇인지 색깔도 구분 안되지만
일단 가서 확인해보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와이프를 소리처 깨워서 비상 상황임을 알리고
구명조끼를 입고 허겁지겁 수영을 했습니다.
수영을 하면서 자신의 체력에 대한 의심과
깊은 물속의 막연한 공포감과 싸워야했습니다.
계속 수영을 해도 다가가는 느낌이 안들지만
놓치면 집에 못 돌아 간다는 위기감이
체력을 계속 이끌어냈습니다.

얼마나 수영했는지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배의 초록색 색깔이 보이게 되자
불안이 희망으로 바뀌면서 더 열심히 물을 저었습니다.
정말 다행히 배에 도달할 수 있었고
빈 배에 올라타기가 의외로 어려워
올라가다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지만
결국 근성으로 올라타서 노를 저어 돌아왔습니다.
생각없이 배에 묶어뒀던 통발이
배를 끌고가서 떠내려간 듯 합니다.

아내에게 저의 영웅스런 활약을 지켜봤는지 물어보니
보긴 봤지만 가슴졸여서 카메라로 찍을 여유가 없어서
못찍었다고 합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파로호 다람쥐섬 무인도 캠핑
다행히 배를 타고 선착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지도로 직선거리를 확인하니
1.5km 정도되는 거리를 수영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왠지 한강도 건널 수 있겠다는
무모한 자신감도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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