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초 춘천 자전거 캠핑
1. 다시 찾은 춘천 의암호
영종도 자전거 캠핑 후 자캠에 완전 빠져서
어디든 자전거 여행을 가고 싶어졌습니다.
고민 끝에 후보지로 오른 곳이
호반의 도시 춘천이였습니다.
춘천은 와이프랑 갔을 때 너무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든 곳이라 이번엔 자전거로 한바퀴
의암호 투어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플랜은 7호선 군자역에서 경춘선으로 갈아타
춘천역에 내려서 의암호를 한바퀴 돌고
적당한 노지에서 하루 캠핑하고 돌아오기 입니다.
여행 당일이 되자 영종도 자전거 여행때처럼
동일하게 짐을 싸서 출발했습니다.
이때의 안일한 판단은 나중에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됩니다.
집에서 춘천까지 대중교통으로 2시간 반 넘게 걸리는
꽤나 장거리 여행입니다.
경춘선에 자전거 두는 자리가 있어서 짐과 자전거를
잘 고정해두고 좌석에 앉아 졸면서 갔습니다.
한참 졸다보니 춘천역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잘 고정하고 드디어 의암호 투어를 시작합니다.
한참 가다가 눈에 띄게 끝내주는 뷰를 보고
감탄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의암호에는 오리들이 많이 삽니다.
추운 날씨인데 오리들은 끄떡 없나봅니다.
고구마 섬을 둘러보다가 주변에 사람 하나 없는
적당한 노지가 있길래
마침 배도 출출해서 라면을 끓여 먹기로 합니다.
추운 겨울에 호수를 바라보며 먹는 라면은
군대에서 행군 후 먹었던 육개장보다 맛있었습니다.
역시 라면은 싸제 라면이 최고입니다.
따뜻하고 달달한 커피도 한잔 하니
기분이 즐거워집니다.
캠핑 꿀팁 : 간단히 설거지하는 방법
레이온 건티슈를 물에 적셔서 슥삭슥삭 닦아줍니다.
건티슈는 화학 첨가제가 없는 마른 티슈라서
간편 설거지용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암호를 한바퀴 도는 동안 사진 찍을 세 없이
자전거 패달 밟기에 급급했던 것 같습니다.
은근 오르막이 많아서 업힐 지옥에 빠져
끌바도 몇번 하는 등 아직 체력이
자전거 초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라이딩이였습니다.
해가 뉘엇 뉘엇할 즈음 의암호 한 바퀴를
다 돌고서 박지를 찾아 해맸습니다.
사실 평소 눈여겨둔 곳이 있어서
바로 이동해 텐트를 피칭했습니다.
텐트 안에 들어가니 피곤이 몰려와 잠 한숨 때리고
일어나야겠다고 침낭 덮고 누웠습니다.
2. 생존 게임이 되어버린 자전거 캠핑
몇 시쯤일까 저절로 눈이 떠지면서
온 몸에서 으슬으슬 한기가 몰려옵니다.

이날의 엄청난 실수는 침낭이었습니다.
영종도 자전거 캠핑 때 춥지 않게 잘잤던
여름 침낭과 가을 침낭 콤비가 완전 뚫려버린 것입니다.
저체온증 증상인듯 온 몸이 덜덜 떠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겨울 캠핑 방심하고 자다가
저체온증으로 동사할 뻔했습니다.

아무리 시간을 오래 있어도 체온이 안돌아오길래
혹시나 하고 갖고 온 침낭 겉에 씌우는
벅703 침낭 커버를 뒤집어 씌우고 누웠는데
다행히 서서히 체온이 돌아오는게 느껴졌습니다.
참고로 해당 침낭 커버는 극동계의 날씨에는
투습력이 부족해서 안 쪽에 결로가 생긴다고 합니다.
세벽이 되서야 드디어 정신이 좀 돌아오고
조금씩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기운을 차리기 위해 밥을 먹으려고 일어나
판초우의를 뒤집어 쓰고 텐트를 열었습니다.
텐트 밖에는 모든 것이 얼어붙었습니다.
춘천의 온도가 완전 영하로 떨어진 것입니다.
이런 날씨에 여름, 가을 침낭 두개 겹쳐 입기로
지낼려고 했다니 멍청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오늘 춘천의 예상 기온을 미리 파악하지 않고
예전 영종도나 향남에서 했던 캠핑을 생각하며
안일하게 준비한 것이 큰 실수였습니다.
겨울 세벽의 춘천 의암호는 추운 날씨 때문인지
썰렁하고 쓸쓸하고 을씨년스럽게 느껴집니다.
순전히 저 스스로 기분탓인듯 합니다.
기분을 전환하고자 준비한 목살을 굽습니다.
술도 한잔 해서 기분을 업시킵니다.
날이 서서히 밝아오는데 갑자기 눈이 내립니다.
첫 눈을 춘천에서 자전거 캠핑하다가 보게 될 줄이야.
그저 멍하니 눈내리는 것만 보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약간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추워서 행동력은 저하되고 화장실 가기도
몹시 귀찮아 그냥 참고 앉아 있었습니다.
3. 기분 전환을 시켜준 패러글라이딩
그렇게 멍하니 눈 그치는 것도 모르고
서서히 날이 밝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하늘을 보니
페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을 보게 됩니다.
"
이렇게 추운 날씨에 패러글라이딩이라니 대단하다
그래 춥다고 무기력하게 오들오들 떨고만 있지 말고
일어나서 활동을 하자!
"
이상한 무력감과 현타에서 깨어나 텐트 밖으로 나왔습니다.
따뜻한 것이 먹고 싶어서 춘천 거리를 돌아다녔는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가 문 연 가게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컵라면이라도 먹으려고
근처 편의점에 들렸습니다.
이날의 따뜻한 김치 왕뚜껑은
정말 돼지고기보다 맛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저의 텐트를 봤습니다.
이날에 느꼈던 복잡한 감정과는 다르게
의암호는 아주 평온해 보입니다.
텐트로 돌아와서 아니온듯 싹 정리하고
춘천역으로 가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저체온증의 위험함을 뼈저리게 깨닫고
심신이 지쳐서 한동안 캠핑을 쉬어야겠다고 느꼈던
겨울 춘천 자전거 캠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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