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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이야기

소형 보트 구입부터 첫 진수까지 : 위험했던 한강 배타기

by 이쏘용 2023. 11. 3.

2021년 가을 어느 날 추억 정리

1. 상사병에 걸리다


제부 마리나에 정박되어 있는 멋진 배들의 잔상이

여행이 끝난 뒤에도 눈 앞에서 아른거렸습니다.
 
제부도 차박의 추억 : 제부리카노와 제부마리나, 아름다운 노을

상사병은 점차 배를 사고 싶다는 열망으로 자라났습니다.

"
배를 산다면 여행하면서 물놀이도 할 수 있고
낚시도 할 수 있겠네!

"

배들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마음같아선 당장 요트를 사고 싶지만

뒷 감당이 안되기 때문에 저렴하고

물에 띄울 수 있는 배라면 가리지 않고 찾아 보았습니다.
 



세상엔 다양한 종류의 배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무 보트에서 카약, 카누, 벨리 보트, 엔진 보트 등등...

배에 흠뻑 빠져있던 어느 날

직장 동료가 추천해준 영상을 보게됐습니다.

바로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왔던

별난 아저씨의 영상이였습니다.
 



손제주가 많은 아저씨가 직접
 
다양한 소품들을 활용해 자작하셨다고
 
했는데 너무 신기했습니다.

지금 보면 피싱 카약 비슷한 모양의 배입니다.

작은 배로도 세상을 재밌게 즐기시는 모습을 보니

작은 배라도 사고 싶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마침 유튜브 알고리즘이 소개해주는 영상들이

일본의 많은 낚시 유튜버들이 개인 소유 배를 타고

낚시도 하고 무인도에서 캠핑도 하는 영상이었습니다.
 


"
그래 저런 배를 사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구멍날 일도 없고
두 명도 탈 수 있는 작은 배!

"



2. 대륙산 플라스틱 보트 구입

 
여러 배들을 검색하던 도중 적당한 배를 발견했습니다.

2분할이 가능해서 차 트렁크에 실을 수 있는
 
보트였습니다.
 

조립식 분할보트 상품 정보

사진을 보니 두명도 탈 수 있고 엔진도 달 수 있는

트랜섬도 있었습니다.

가격도 40만원 좀 안되서 나름 저렴했습니다.

몇 일 망설이다가 결국 결제를 했고

잊을만 할 즈음 배가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컸습니다.

그리고 무거웠습니다.

2.2m 정도 길이에 40kg 무게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감이 잘 오지 않았고 사진에서는
 
그리 커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집에 들여놔보니 엄청 크고 무거웠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큰 물건이 중국에서 우리집까지

오게 됐는지 신기합니다.

배를 구입해서 집으로 오는줄은 알고 있었던
 
와이프는 보자마자 깜짝 놀랍니다.

"
이거 어따 놔?
"

일단 내 방에 두었는데 방이 꽉찹니다.

 
분할해서 포갠다음 한 쪽에 두었는데
 
존제감이 상당합니다.

후회 막급이었습니다.

괜히 샀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불도 힘들고 팔기도 힘들고 버리기도 힘든

감당 못할 플라스틱 덩어리를 샀구나 속상해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조금씩 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
버리더라도 한 번은 타봐야지
"



3. 한강 배타기


배를 타려면 노를 젓든 엔진을 돌리든 해야 움직이는데

엔진을 사려고 하니 망설여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
엔진을 사면 기름을 넣어야하는데...
"

휘발류를 넣고 돌리는 엔진은 왠지 꺼려졌습니다.

차안에서 기름 냄새가 날 것 같고

엔진 관리도 힘들어보였습니다.

쓸만한 엔진은 비싸기도 했습니다.

일단 큰 돈 먼저 쓰지말고 작게나마 경험부터 해보고

더 탈지 말지 결정해보자는 마음으로

저렴한 패들과 손으로 돌리는 수동 프로펠러를
 
구입했습니다.
 

수동 프로펠러 상품 설명 이미지



타보자는 마음이 드니까 적극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
한강으로 가자!
"

서울에서 살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한강이라서

만만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땐 몰랐습니다.

한강이 결코 만만한 강이 아님을...
 

4. 험난한 날씨


차에 넣는 것부터 난관이였습니다.

제품 설명처럼

뉴스포티지에 쉽게 폴딩해서 들어갈 줄 알았는데

트렁크에 걸려서 안들어가집니다.

우여곡절 끝에 절반씩 우겨 넣어서 겨우 실었습니다.

"
조짐이...
"

그래도 물놀이를 한다는 생각에

김밥과 음료를 사들고
 
가까운 행주나루터에 도착했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강인데 파도가 보입니다.

지금이라면 절때 안 띄울 날씨와 상황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도착 후 한참을 망설였지만

결국 고생해서 싣고 온 노력이 아까워서

배를 타기로 결정합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5. 첫 진수


나루터에서 우리의 배가 첫 진수를 했습니다.

첫 탑승부터 흔들흔들 겁이 납니다.

생소한 배타기라서 무게중심 잡기도 어색하고

위험천만하게 느껴집니다.
 
집에서는 거대하게 느껴졌던 배가
 
물 위에서 둘이 올라타니 좁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와이프는 나름 완도에서
 
해양수산고등학교를 나와 보트 면허도
 
땄던 터라 침착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색한 패들질을 합니다.

조금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뒤에 달아놓은 수동 프로펠러도 돌려봅니다.

우리 부부는 잠시나마 신이 났습니다.

한강 한 가운데에서 노젓기를 그만하고

보트를 살 때부터 로망이었던

배 위에서 여유롭게 김밥먹기를 시도합니다.

여유와 낭만이 있을 줄 알았지만

물살이 거칠고 꿀렁거려서 김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었었습니다.

절반을 채 먹지도 못한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합니다.

"
우리 배가 저절로 떠내려가는거 같아 자기야.
"
 

6. 강물은 흘러갑니다


수상 활동 초보중 왕초보인 우리는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는 사실도 몰랐나봅니다.

바람까지 거칠게 불면서 우리 배는 두둥실

중국까지 흘러갈 기세로 떠내려가고 있었습니다.

"
큰 일났다! 돌아가자!
"

힘차게 노를 젓습니다.

하지만 뱃머리만 좌우로 뒤뚱 뒤뚱할 뿐

앞으로 나아가질 않습니다.

패닉에 빠질 것 같지만 정신차리고
 
사활을 걸고 프로팰러를 돌려봅니다.

다행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한 손으로 돌리니까 금방 팔이 방전됩니다.

"
자기야
나는 돌릴테니까 자기는 패들로 방향을 잡아줘!
"

양손으로 붙잡고 체중을 실어서
 
온 힘을 다해 프로팰러를 돌립니다.

느리지만 조금씩 바람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물살에 떠밀려 내려갈 땐 금방이였는데
 
거슬러 올라가려니 체감상 한 시간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기진맥진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출항을 준비중이던 어부 아저씨가

놀란 눈으로 물어봅니다.

"
어휴 너무 위험하지 않아요?
"

맞습니다.

위험천만했지요.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겨우 땅에 도착하자 우리 부부는

전쟁에서 살아남은 전우처럼 얼싸안고

생존했음을 기뻐했습니다.

물도 많이 맞아 반은 젖어버린 우리 부부는

그렇게 완전히 지쳐서 배를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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